“설날이지만 배고픔에는 휴일이 없어요. 그리고 경제는 돌아가기에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택배상하차 일용직 알바를 검색해 지원했어요.” 라며 한 청년이 설날에 일을 한다는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렵다는 청년, 코로나19로 취직이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설날이라도 일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차라리 일이라도 하는 게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시직이 40만개 이상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학업과 취업을 위해서 청년들이 몰려드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서울은 그런 젊음을 먹고 사는 도시입니다. 많은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기도 하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재난으로 일을 하고 있든, 하고 있지 않든 청년은 다른 세대와는 또 다른 타격을 입었습니다. 길어진 무급휴직, 기약 없는 구직기간을 버틸 경제적 형편도 안 되고, 마음의 여유도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소득의 불평등은 더욱 커졌습니다.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위의 근로소득은 13% 넘게 감소했습니다. 5분위가 1.8%로 소폭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고용형태의 안정성에 따라 불평등 정도도 달라집니다. 한 설문조사를 보면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율은 36.8%로 정규직 4.2%와 비교했을 때 8.8배에 달했습니다. 재난의 과정도, 결과도 모두 불평등한 것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쉽게 해고 될 수 있었던 청년, 여성 임시직 노동자들은 이후에도 더 쉽게 해고되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노동자,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며 소득을 증명할 수 없는 이들은 더 벼랑 끝에 내몰렸습니다. 아니 이미 벼랑 끝으로 떨어졌을 지도 모릅니다. 이들을 받쳐 줄 이들을 포용할 대책을 미리 세울 수 는 없었을까요.

이 와중에 부동산과 주식에 적절한 시기의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화제가 됩니다. 어려서부터 돈 굴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심지어 한 후보는 20대를 대상으로 주식 지식 제공을 위해 금융교육을 하겠다는 공약을 세웠습니다. 정작 청년들이 뭘 원하는지 어떤 일상을 바라는지 모르고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조건 없이 좋다며 불평등 해소에 대해 어떤 원칙도 없어 보입니다. 최저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해야할 정치인이 투기와 소수만을 위한 트로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 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시민을 대변해야할 정치인이 본분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을 더 많이 벌고 잘 버는 정책이 아닙니다. 단순히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되는 수당을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코로나19로 확인되고 더 심각해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저수준과 최고수준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원합니다.

코로나19는 단순히 불평등을 더 심화시켰다는 의미만 가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사회가 만연했던 불평등을 외면해왔던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미뤄왔던 청구서에 과태료까지 부과된 불평등 해소란 숙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이 숙제를 미룰 수 없습니다. 숙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한국사회는 한발자국도 나아 갈 수 없습니다. 벌어진 격차만큼 다음 사회로 가는 걸음이 멀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청년의 삶을 비틀고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한 불평등,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입니까. 해결하겠다는 의지만으로는 안 됩니다. 뿌리 깊게 박혀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평등 해소, 격차 완화를 위한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 후보만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을 것입니다.